본문 바로가기
이전기록 (~2017)/첫번째

[안산 25시광장 맛집] 이가원 항아리 수제비 - 보리밥과 수제비가 맛있는 집

by 신입상어 2017. 2. 21.

안산 고잔동 / 호수동 / 안산문화광장 / 25시광장
수제비, 보리밥, 보리비빔밥 맛집
이가원 항아리 수제비 리뷰, 후기


혼밥 팁.
- 전부 4인좌식, 16테이블
- 평일1시 기준 손님 6팀, 30명이상
- 테이블이 다수 찼지만, 피크타임임에도 꽉 차지는 않아서 혼밥에 무리는 없었어요.





저는 안산에 살지만 25시광장을 잘 안 가요.
나름 건전한 번화가의 느낌인데도, 맛집이 없다는 소릴 워낙 많이 들어왔거든요.
실제로도 광장 근처에서 맛있게 뭘 먹은 기억도 없고요. 뭘 먹어도 그냥 그런 집들 뿐이었어요.

그런데 안산 맛집계의 사막같은 이곳에도 오아시스가 숨어있었어요. 심지어 엄청 맛있는 집.
블로거들의 혹평은 하나도 찾을 수 없었던 곳, 이가원 항아리 수제비집을 가봤어요.





가게 외부.

미친듯이 추운 날이었어요.
사진찍는 잠깐에도 손이 얼어붙는 기분이었어요.
해가 쨍쩅한 오후 1시인데도 기온은 영하권. 칼바람은 소매 세겹도 가볍게 뚫고 들어왔어요.
얼른 주변에서 점심을 해결해야겠다 하면서도, 따끈따끈한 메뉴만을 찾고있었어요.
그러다 눈에 들어온 수제비집.

빠르게 검색해보니 블로그, 카페 여기저기서 호평을 쏟아내는 맛집이었어요.
광장 가장 큰 길가에 있었어도, 저는 대로변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관심없이 지나치기만 했어요.
큰 길가에 있는 밥집들은 맛없을 확률이 높다는, 경험에 의한 선입견이 꽤 강하게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 선입견덕에 몇몇 맛집들을 놓칠 뻔 했어요. 큰 길가임에도 맛있는 집이 많더라구요.
대표적 예가 최근에 먹었던 아래 해장국집.

안산시청 맛집 - 양평해장국 후기
http://newshark.tistory.com/71

어쨌거나 이집도 맛있다기에 들어갔어요.





메뉴판과 가게 내부.

테이블이 절반이상 꽉 차 있었어요.
밖에서 보기엔 눈길을 사로잡기 힘든 간판에,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흔한 한식집처럼 생겼는데,
내부는 정말 단정하고 사람도 진짜 많더라구요. 안쪽으로 가게가 꽤 넓은데도 자리가 거의 없었어요.
위 사진은 썰물처럼 단체손님들이 빠진 뒤에 찍은 사진이에요. 사진 밖엔 여전히 손님 가득.
단체손님 나가도 손님은 또 왔어요.



수제비 전문점이라서 메뉴는 많지 않을거라 예상했는데, 은근히 종류가 다양했어요.
부침개 두 종류, 수제비 세 종류, 만두국, 쭈꾸미볶음까지 꽤 넓은 취향을 커버하는듯 보였어요.
타 블로그들을 쭈욱 둘러본 결과, 스테디셀러는 감자전과 수제비 3대장이었어요.
평들이 가장 좋았던건 들깨수제비.

몇년 전, 베스트셀러라며 이상한 메뉴를 잘못 시켰다가 꾸역꾸역 퍼먹었던 기억이 퍼뜩 났어요.
생애 몇번 먹어보지도 못한 들깨수제비를 취향에 맞는지도 모르는채 시키는건 모험이었어요.
들깨, 얼큰, 일반 수제비 중 고민끝에 대표메뉴인 수제비를 먹어보기로 했어요.





보리밥이 나오기 전에 빈그릇 세 개를 먼저 갖다주셨어요. 1인분 주문한 혼밥 손님인데도요.
반찬은 또 왜 안주시나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반찬들이 식탁마다 따로따로 놓여있더라구요.
열무김치 배추김치 고추장아찌 항가리들이 있었어요. 그릇은 퍼담아 먹는 용도였어요.

김치들을 우선 조금씩만 덜어 맛을 봤어요. 공통점은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었어요.
양념 맛, 배추와 열무의 식감과 향이 김치의 끝. 며칠동안 잠깐 숙성한 겉절이 맛에 가까웠어요.
매운맛은 입안에 잠깐 스치고 말았어요.

고추장아찌는 반찬이라기보다는 수제비의 얼큰함을 조절하는 용도인듯 보였어요. 짜고 매웠어요.
한번 얼큰하게 먹어보겠다고 이걸 듬뿍 넣었다가는 다음날까지 장이 불타오를 것 같았어요.
한입 맛보고 넣어야 좋을거같아요.





보리밥이에요.

참기름, 김, 고추장, 절인열무가 들어가 있어요. 절인열무는 열무김치와는 또 다른 심심한 맛이었어요.
양념이 너무 적은듯 보였는데, 비벼서 한입 먹어보니 제 입에는 간이 딱 맞았어요.
눈으로 짐작한 맛보다 훨씬 따끈하고 고소한 맛이 나서 좋았어요.

재료들 맛도 강하지 않았어요.
고추장 맛, 보리와 열무의 식감, 김과 참기름의 향이 아주 유연하고 조용하게 어우러지는 맛이었어요.
그럼에도 한식집, 국수집 등에서 식전에 먹어왔던 보리비빔밥들 중에서는 가장 맛있게 느껴졌어요.
왜 보리밥 추가에 2천원이 필요한지, 추가를 왜 이리 많은 손님들이 하시는지 알만한 맛이었어요.

식으면 맛이 훨씬 덜해요.
그러므로 밥 먹다가 주메뉴가 등장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보리밥부터 먹어야해요.
나오자마자 따끈할때 슥슥 비벼서 먹을 때가 가장 맛있었어요. 문쪽 자리라서였는지 빨리 식더라구요.
보리밥 양은 감질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공깃밥 하나정도로 주셔요. 밥과 수제비로도 충분히 든든해요.





수제비 ㅡ 6000

항아리수제비답게 항아리에 담겨 나와요.
바지락칼국수와 비슷한 국물 냄새가 났어요. 후추, 밀가루, 해물 향이었어요.
눈에 보이는 재료로는 애호박, 당근, 감자, 파, 김, 양파가 수제비와 함께 들어가 있었어요.
주문 후 조리인데, 앞 손님들이 꽤 있었음에도 약 7~8분정도 걸렸어요. 손님 없을 때 가면 더 빠를듯해요.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강해요. 마늘이 많이 들어간듯, 국물을 먹고나면 끝에 마늘 향이 스쳐요.
국물과 수제비를 같이 먹으면 수제비 씹는 맛에 묻혔지만, 점점 먹어갈수록 마늘향이 강해졌어요.
마늘 향이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아래쪽 감자나 수제비를 떠 먹을때 다진마늘이 많이 보였어요.
그걸 씹으면 마늘 향이 좀 났어요.

수제비는 얇고 쫄깃했어요. 손수제비답게 굵기가 일정하진 않았으나, 그게 단점이 되지는 않았어요.
얇은 부분은 얇은대로, 약간 두꺼운 부분은 그대로 맛이 좋았어요.
하지만 양은 많지 않았어요. 보리밥이 없었다면 홀로 두그릇 먹어야 배부를 양이었어요.
그래도 에피타이저로 보리밥을 워낙 맛있게 먹었기에, 보리밥이 부족한 포만감을 커버했어요.
본인이 정말 많이 먹는 사람이 아니라면, 보리밥과 수제비로도 한끼 충분할만한 양이에요.
부족하다면 보리밥만 추가하면 될 듯 해요.

감자가 아쉬웠어요.
쪄놓은지 몇시간 된 감자 향이 나요. 식감은 포슬하고 부드러워 다행이었지만, 맛은 좀 덜했어요.
손님 많은 집이라 빠르게 나와야 하는만큼, 감자를 익힐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됐어요.
미리 익혀둔걸 주는 듯 했어요.

반찬들이 신선하고 자극이 적어서,
수제비를 먹다가 살짝 질릴 때 쯤 젓가락을 들어 김치를 하나 집어먹으면 입이 다시 깔끔해졌어요.
그리고 처음에 먹을땐 전혀 몰랐는데, 하얀 국물임에도 은근히 얼큰한 맛이 났어요.
식히지 않고 먹어서인지, 뜨거운맛에 탄력을 받은 매운맛이 약하지만 존재감을 드러냈어요.



졸려선지 글이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느낌이 있는데, 맛있는 수제비 전문점임은 확실했어요.
다음번엔 들깨 or 얼큰수제비 먹으러 가봐야겠어요.


재밌게 읽으셨으면 아래 하트추천 꾹 부탁드려요~

반응형

댓글